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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Essay 短想

쓸모 없는 글의 쓸모

오래 익혀 더 맛있는것도 있다

 

쓸모없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랬다가 또 쓸모가 없어보여 쓰지 않기로도 했다.

이 궁리, 저 궁리 할 바에야 쓸모가 없어보여도 다시 한번 써보기로 했다.

 

쓸모없는 글이지만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건 결국 익숙해 지기 마련이다.

뭉근한 불에 천천히 돼지고기를 익히는것 처럼

생전 처음 보는 수학문제를 천천히 읽고 풀기를 여러번 하며 익히는것 처럼

그냥 하는거다.

그냥 하다보면 늘기 마련이기도 하고 그렇게 그냥 하다보면 뭐가 늘었다고 보기도 좀 뭣하고 안하기도 좀 뭣하고 그냥 어 어어 하다보면 몸이 시키는데로 되기 마련이다.

내가봐도 재미없고 쓸모도 없는 글이지만 쓰다보면 써지겠지 하고 쓴다.

늘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부끄러움도 그렇고, 거친 문장도 그렇고 성긴 얼개도 그렇고 마음에 걸리는게 뭐 하나 둘이겠냐만 어쨋든 그런 마음속 까슬한 거스러미 무뎌지는게 사실 쓸모라면 쓸모일테다.

 

게으르고 참을성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꽤 오래 해왔구나 하는 쓸모없는 일들도 있고, 심지어 어떤일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오래 해왔나 싶은 일도 있다.

 

그래도 나중에 돌아보면 쌓인 더깨를 걷어내는 맛이라도 있겠다. 그게 또 쓸모라면 쓸모겠지.